2004년 봄.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미국 교환학생을 지원하기로 결심합니다.
학문의 깊이를 높이겠다는 생각보다는 단순히 해외에서 놀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다. 당시 학교에서 제공하고 있던 학생교환 프로그램 대상학교는 UC 버클리, 칼텍, UC 어바인 등이었는데 나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작은 학교인 UC 어바인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앞에서 말했다시피 놀기위한 것이 주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외진 곳에 위치한 버클리나 칼텍보다는 LA 근교에 위치한 UC 어바인이 최적이었습니다.
미국 교환학생은 내 생애 첫 해외경험이기도 했습니다. LA 공항에 도착했을 때 모든게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내가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현지 홈스테이를 제공해줬습니다. 나는 호텔지배인으로 일하시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댁에 배정받았습니다.
내가 생활한 홈스테이 집입니다. 할머니는 환갑이 넘으신 분이지만 당시 우리 할머니와 비교하면 상당히 신세대였습니다. 자동차 운전도 잘하시고 컴퓨터로 이메일도 잘 보내셨습니다. 지금은 별로 특별할 것이 없지만 15년 전에 환갑이 넘으신 분이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컴퓨터를 전혀 다루지 못하던 시대였으니까요.
수영장이 딸린 홈스테이 집. TV에서만 보던 집에 살아보다니 꿈만 같았습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니 별 것 없는 것 같았지만...
시대 보정하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방... 비행기 타는 것 부터 신기했으니, 기억에 남기려고 항공권까지 사진으로 찍어뒀습니다.
첫 오리엔테이션날. 외국인이 하는 영어를 처음으로 들어봤습니다. 당연히 무슨말 하는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다행히 일행중에 외국에서 살다온 형이 있어 그형이 듣고 통역을 해주곤 했습니다.
학교 캠퍼스. 캠퍼스 사이즈가 어마어마 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사실 캠퍼스를 다 둘러보지도 못했습니다.
핸드폰도 들고가지 않았던 때라 길 잃을까봐 단체로 다녔습니다.
산타모니카 해변. 수업을 마치고 차를 타고 해변으로 가서 수영을 자주 했습니다. 당시 나는 운전면허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영어 잘하는 형이 운전면허도 있어서 잘 얻어타고 다녔습니다.
당시에는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어디 가려면 지도를 사서 표지판을 보고 다녔습니다. 그래도 다니고 싶은 곳은 다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파도 앞에 누워서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음료수 사는 내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같은 과에서 공부하면서 잘 알지도 못했는데 미국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사실 수업시간엔 다들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저 중에서 두명은 의사가 되었고, 세명은 공기업으로 가고, 저만 전공을 살려 엔지니어가 되었네요.
라스베가스. 길을 잘못들어 10시간이 넘게 운전해서 도착한 곳. 지금 가보면 큰 감흥이 없겠지만 그 당시엔 한국에 저정도 규모의 관광지가 없었기에 놀라움에 연속이었습니다.
주말엔 기차를 타고 LA로 가기도 했습니다. 자동차로 가는게 편하긴 한데 기차도 경험해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식스 플래그(Six Flag). 사람들이 많아 놀이기구 하나 타려면 한시간 이상씩 줄을 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네요.
다저스 스타디움. 당시에 최희섭 선수가 뛰었던 팀. 지금은 은퇴했으니 엄청 오래전입니다.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에 흥분했었습니다.
당시 다저스는 성적이 썩 좋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관중이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찹니다. 비좁은 공간에 끼어서 응원했습니다.
요새미티 공원. 별로 가기 싫었는데 학교에서 인터내셔널 학생 대상으로 모두 데려가서 억지로 갔습니다.
막상 가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웅장한 경치에 압도당하는 느낌.
샌디에고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게스트 하우스라는 걸 처음 가봤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당시 우리나라엔 게스트 하우스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죠. 밥도 해먹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샌디에고 씨월드(Sea World). 하루에 다 보지 못할 정도로 컸던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돌아가서 도서관에서 씨름할 생각하니 우울해서 못견딜 것 같았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위로해주기 위해 수제 햄버거를 사주혔습니다. 더 돌아가기 싫어졌습니다.
할머니께 성공해서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15년이 지나버렸습니다. 언젠간 다시 가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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